클래식음악가의 3B는 바흐, 베토벤, 브람스이다. 이들은 각 시대, 즉 바로코·고전파·낭만파의 대표 음악가인데 이름이 모두 알파벳 B로 시작해서 3B라고 일컫는다. 그중 2B 즉, 베토벤과 브람스는 각각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사망했다. 물론 그 당시엔 B형간염이란 단어 자체가 없었으므로 B형간염이 원인이라고 할 수 없지만, 간경변과 간암의 강력한 원인은 바로 B형간염이다.
예로부터 간은 일상 대화 중에도 흔히 등장하는 장기이다. “간도 크다”, “간이 부었나?”, “간이 콩알만 해졌다”, “간에 기별도 안 간다” 이런 말들이 있다. 마지막 말은 먹은 음식의 양이 적어서 간까지 가 보지도 못했다는 뜻인데, 실제 아무리 적은 양의 음식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간은 이 음식이 좋은 영양소이면 대사를 해서 영양분으로 흡수하고, 해로운 것이면 해독해서 체외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간기능이 저하되면 생명유지가 힘들만큼 간은 중요하다.
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A∼G 까지 6∼7가지가 있는데, 이건 바이러스가 발견된 순서에 따라서 붙여진 것이다. 즉 A형 간염 바이러스가 제일 먼저 발견된 것이다. 이들 바이러스 중 B형과 C형간염이 중요한 이유는 이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급성간염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일부에선 만성간염으로 진행돼 간경화를 일으키고 결국 간암으로도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A형간염은 만성으로 되진 않지만 물이나 음식을 통해서 쉽게 널리 전염되는 특성이 있다.
만성간염에서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는 것은 B형간염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간혹 심하게 악화되는 결과로 가랑비에 옷 젖듯 본인도 모르는 사이 간에 흉터가 생겨서 발생한다.
활동성간염의 경우는 10년 뒤 20% 이상에서 간경화로, 10% 이상이 간암으로 발전한다. 이렇듯 B형간염의 활동성 여부는 매우 중요한 사항인데, 문제는 신체검사나 증상으로는 비활동성에서 활동성으로 바뀌었는지를 모른다는 것. 그래서 최소 6개월마다 간기능검사, 바이러스활성화검사, 간초음파검사로 활동성으로 바뀌었는지를 관찰해서 항바이러스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스트레스·과로에 시달리는 사람일수록 조심해야 하고, 술을 즐기는 남성이나 당뇨병, 비만인 사람은 간경변증과 간암의 확률이 더 높다.
하지만 항바이러스제로도 만성 B형간염은 완치되는 게 아니다. B형간염은 그 자체가 치사율이 높지 않고 바이러스 자체를 완전히 제거할 수도 없으므로, 치료목표 역시 B형간염 바이러스 자체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B형간염이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B형간염은 혈액을 통해 전염되는 질환이다. 성적인 접촉이나 주삿바늘 등으로 전염이 가능하며, 면도기·손톱깎이는 따로 사용하고 문신에 쓰이는 침 등을 조심해야 한다.
매년 10월20일은 대한간학회가 주관하는 ‘간의 날’이다. 그동안 간에 대해 소홀했다면 이번 기회에 간을 아끼는 지혜를 배워보다. 먼저 간염 예방접종은 필수다. 둘째는 B형간염 보유자라면 방심하지 말고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간은 상태가 안 좋을 때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 장기다. 평소보다 쉽게 피곤할 경우 간단한 혈액검사로 간염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태영21내과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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